우리는 뇌의 10%만 쓴다는 거짓말
문제 제기
저는 “뇌의 10%만 쓴다”는 이 말이 그냥 재밌는 도시전설로만 끝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사람을 두 가지 방향으로 헷갈리게 만듭니다. 한쪽으로는 “나머지 90%만 깨우면 지금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기대를 심어줍니다. 다른 쪽으로는 공부나 집중이 잘 안 되는 사람에게 “아직 잠재력을 다 못 쓴 것뿐”이라는 편한 핑계를 줍니다.
둘 다 위로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진짜 원인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놓는 셈입니다. 노력, 공부 방법, 수면시간 처럼 실제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 대신, 있지도 않은 ‘숨겨진 90%’를 원인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논거들
이 신화가 어디서 처음 나왔는지는 사실 정확히 하나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여러 학자들이 몇 가지 가능한 시작점을 이야기합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1907년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입니다. 그는 인간이 “가능한 정신적, 신체적 자원의 아주 일부만 사용하고 있다”고 썼는데, 이때는 어떤 숫자도 붙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데일 카네기의 1936년 베스트셀러 「인간관계론」 서문에 인용되면서 “보통 사람은 잠재된 정신 능력의 10%만 계발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숫자가 붙게 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캐나다 신경외과 의사 와일더 펜필드는 뇌전증 환자를 수술하면서 대뇌피질을 전기로 자극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어떤 부위를 자극하면 손가락이 움직이거나 특정 감각이 느껴졌지만, 다른 많은 부위는 자극해도 겉으로 드러나는 반응이 없었습니다. 이 결과는 한동안 “조용한 피질”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졌고, 나중에 대중적으로는 “아무 일도 안 하는 90%”라는 오해로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이 영역들이 감각이나 운동을 직접 담당하지는 않아도, 계획을 세우고 판단하고 언어를 쓰는 것처럼 훨씬 복잡한 일을 한다는 게 밝혀져 있습니다.
여기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천재성을 “남들보다 뇌를 더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이 신화를 더 그럴듯하게 만드는 데 한몫했습니다. 심리학자 배리 베이어스타인이 실제로 아인슈타인 기록보관소에 물어봤지만, 그런 말을 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출처도 알 수 없는 말이 수십 년째 인터넷과 강연에서 계속 돌아다니고 있는 셈입니다.
정리하면, “10%”라는 숫자를 뒷받침하는 확실한 연구는 애초에 없습니다. 서로 다른 시대에 나온 오해와 잘못된 인용, 출처 불명의 일화가 섞여서 지금의 신화가 만들어진 것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뇌과학은 무엇을 보여줄까요.
fMRI나 PET 같은 뇌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연구자들은 어떤 일을 할 때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훨씬 자세히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 결과, 아무리 간단한 일을 할 때도 특정 부위만 켜지고 나머지는 완전히 꺼지는 방식으로 뇌가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계속 확인됐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처럼 보일 때도 뇌는 결코 조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특별히 할 일이 없을 때 더 활발해지는 신경망(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이 따로 있을 정도로, 뇌는 쉬는 동안에도 계속 움직입니다.
에너지를 얼마나 쓰는지 보면 이게 더 확실해집니다. 뇌는 몸무게의 약 2%밖에 안 되지만, 우리가 하루에 쓰는 에너지의 약 20%를 씁니다. 만약 뇌의 90%가 진짜로 아무 일도 안 한다면, 그 많은 에너지를 굳이 거기에 쓸 이유가 없습니다. 뇌 조직은 만들고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데, 진화가 쓸모없는 부분을 그대로 남겨둘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뇌 손상 사례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만약 뇌 대부분이 그냥 여유 공간이라면, 뇌졸중이나 사고로 일부가 다쳐도 별문제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작은 부위만 다쳐도 언어, 기억, 움직임, 성격처럼 특정 기능에 확실한 문제가 생깁니다. 뇌수술을 하기 전에 의사가 꼭 기능 지도를 미리 그려서 어느 부위를 건드리면 안 되는지 확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건드려도 괜찮은 “여분의 뇌” 같은 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신화가 이렇게까지 오래 살아남은 데는 학교 현장의 관성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데커와 동료들(Dekker et al., 2012)이 영국과 네덜란드 교사 24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우리는 뇌의 10%만 쓴다”는 문장은 대표적인 신경신화 15개 중 하나로 포함됐습니다. 이 조사에서 교사들은 제시된 신경신화를 평균 49%나 사실로 믿었고, 신기하게도 뇌과학 일반 지식 점수가 높은 교사일수록 오히려 신경신화도 더 많이 믿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뇌과학에 관심이 많다는 게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는 방패가 되어주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후 여러 나라에서 나온 후속 연구들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미국의 일반인과 교육자, 신경과학 관련 지식이 많은 집단을 비교한 연구(Macdonald et al., 2017)에서는 일반인의 68%, 교육자의 56%, 신경과학 지식이 많은 집단의 46%가 학습 유형론이나 좌뇌·우뇌형 인간론과 함께 ‘10% 신화’ 같은 대표 신경신화들을 사실로 믿었습니다. 관련 훈련을 받을수록 오해는 줄어들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이 신화는 이렇게 끈질기게 남아있는 걸까요.
첫째, 숫자가 주는 착각이 있습니다. “당신은 아직 잠재력을 다 못 썼다”는 막연한 말보다 “당신은 뇌의 10%만 쓰고 있다”는 문장이 훨씬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들립니다. 정확한 숫자가 붙는 순간, 검증되지 않은 말도 마치 확인된 사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둘째, 이 신화는 듣는 사람 입장에서 꽤 유리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지금 뭔가 부족하다면 그건 능력의 한계가 아니라 아직 개발하지 못한 자원 때문이라는 설명이니까요. 자기계발 산업이 이 신화를 오랫동안 활용해 온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당신 안에는 아직 안 쓴 90%가 있다”는 말은 무언가를 팔기에 아주 좋은 문장입니다.
셋째, 신경교세포를 둘러싼 오해도 이 신화를 거들었습니다. 뇌에는 신경세포(뉴런)보다 신경교세포가 훨씬 많은데, 이걸 “뉴런은 뇌 전체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식으로 잘못 해석해서 신화의 근거처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경교세포는 아무 일도 안 하는 여분의 조직이 아니라, 신경세포를 돕고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나름대로 중요한 세포입니다. 세포 종류가 다르다고 해서 그게 곧 ‘안 쓰는 부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반론 고려
“그래도 사람마다 잠재력을 다 못 쓰는 건 사실 아닌가요? 비유로 쓰는 것도 문제가 될까요?”
이 질문은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은 저마다 아직 다 못 쓴 능력을 가지고 있고, 연습과 훈련을 통해 어떤 능력을 지금보다 더 잘하게 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걸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나는 아직 이 능력을 충분히 연습하지 않았다”는 문장과 “나는 아직 뇌의 90%를 안 쓰고 있다”는 문장은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립니다. 앞의 문장은 특정 신경 회로가 경험과 연습을 통해 점점 더 효율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실제 뇌과학이 뒷받침하는 이야기입니다. 이걸 신경가소성이라고 부릅니다. 뒤의 문장은 마치 뇌 안에 꺼진 채로 잠들어 있는 거대한 영역이 있고, 그걸 “켜기만” 하면 곧바로 능력이 좋아진다는 그림을 그립니다. 그런 스위치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차이는 별것 아닌 게 아닙니다. 신경가소성은 구체적인 훈련과 반복,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반면 “90%를 깨운다”는 이야기는 어떤 약이나 프로그램, 특별한 자극 한 번으로 갑자기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실제로 이런 그림을 그대로 파는 제품들이 시중에 꽤 많습니다.
또 “뇌 기반”이라는 말이 붙었다고 해서 그 설명이 저절로 검증된 건 아닙니다. 어떤 학습법이나 제품이 “최신 뇌과학에 근거했다”고 광고할 때, 그 말이 정말 검증된 연구를 뜻하는 건지, 아니면 신화에 기대어 만든 마케팅 문구인지 구분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그럼 뇌과학을 대중에게 전하는 사람들의 책임은 없을까요?”
이 질문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뇌영상 연구나 신경외과 실험 결과가 대중 매체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여러 조건이 붙은 조심스러운 결론이 “뇌의 몇 %를 쓴다”는 식의 단정적인 문장으로 줄어드는 일이 반복됩니다. 복잡한 통계와 표본 크기의 한계를 설명하는 것보다, “90%의 숨겨진 잠재력”이라는 한 줄이 훨씬 눈에 잘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과학 저널리즘이 해야 할 일은 이렇게 줄어드는 과정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다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그 이야기가 원래 연구보다 얼마나 더 나갔는지는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결론
뇌의 10% 신화는 100년 넘게 여러 오해가 쌓여서 만들어진 이야기입니다. 출처도 모르는 인용문, 성급하게 일반화된 실험 결과, 그리고 그 이야기를 계속 팔아온 산업이 뒤섞여서 지금까지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뇌영상 연구, 에너지 소비 데이터, 손상 사례는 전부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우리는 뇌의 아주 작은 일부만 쓰는 게 아니라, 거의 전체를 쉬지 않고 씁니다. 다만 모든 부위가 동시에 최대로 활성화되는 건 아니고, 지금 뭘 하고 있느냐에 따라 활발해지는 부위가 조금씩 달라질 뿐입니다.
그럼 “나는 아직 잠재력을 다 못 썼다”는 말을 완전히 버려야 할까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 말을 “뇌의 90%가 잠들어 있다”는 상상 대신, “이 회로는 아직 충분히 연습이 안 됐다”는 훨씬 정확하고, 동시에 더 희망적인 말로 바꿔야 합니다. 뒤의 말은 뭘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출처
Beyerstein, B. L. (1999). Whence cometh the myth that we only use 10% of our brains? In S. Della Sala (Ed.), Mind Myths: Exploring Popular Assumptions About the Mind and Brain (pp. 3–24).
Chichester: John Wiley & Sons. Dekker, S., Lee, N. C., Howard-Jones, P., & Jolles, J. (2012). Neuromyths in education: Prevalence and predictors of misconceptions among teachers. Frontiers in Psychology, 3, 429. doi:10.3389/fpsyg.2012.00429
Macdonald, K., Germine, L., Anderson, A., Christodoulou, J., & McGrath, L. M. (2017). Dispelling the myth: Training in education or neuroscience decreases but does not eliminate beliefs in neuromyths. Frontiers in Psychology, 8, 1314. doi:10.3389/fpsyg.2017.01314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2007). Understanding the brain: The birth of a learning science. Paris: OECD Publishing.